베트남 전기이륜차 시장의 진입장벽과 기회
베트남 전기이륜차 산업의 거시적 환경과 정책적 동력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오토바이 문화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내연기관(ICE) 이륜차가 개인 이동 수단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도시화와 환경 오염 문제,
그리고 글로벌 탄소 중립 흐름에 발맞추어 베트남 정부는
이륜차 시장의 전동화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4년 기준 베트남의 전기이륜차(E2W) 시장 규모는 약 2억 2,250만 달러에 달했으며,
203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11.52%를 기록하며 6억 6,200만 달러 규모까지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의 이러한 시장 변화는 단순히 소비자의 선호 변화를 넘어 정부의 치밀한 규제와 유인책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하노이와 호치민 같은 대도시에서의 대기 오염 수치는 공중 보건의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했으며,
도시 오토바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PM2.5)와 탄소 배출량이
전체 대기 오염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책적 전환이 가속화되었다.
국가적 탄소 중립 목표와 도시별 규제 로드맵
베트남 정부는 'Net Zero 205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교통 부문의 전동화를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다.
가장 상징적인 조치는 하노이시가 발표한 내연기관 차량 운행 금지 계획이다.
하노이는 2026년 7월 1일부터 제1순환도로(Ring Road 1) 내부 지역에서
가솔린 오토바이의 진입을 전면 금지하며,
이를 2028년에는 제2순환도로, 2030년에는 제3순환도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단계적 금지 정책은 도시 내 오토바이 보유 비율이세계 최고 수준인 베트남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전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강요하는 가장 강력한 시장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하노이 단계적 규제계획
호치민 단계적 규제계획
파격적인 보조금 및 인센티브 체계
규제와 더불어 정부는 전기이륜차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노이 인민위원회는 1,000만 동(약 400달러) 이상의 전기오토바이를
구매하는 거주자에게 차량 가격의 20%,
최대 500만 동(약 200달러)의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저소득층(Poor households)에게는 최대 2,000만 동(800달러),
근접 저소득층(Near-poor)에게는 1,500만 동(600달러)까지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이는 보급형 전기오토바이 가격의 절반 이상을 상쇄하는 수준이다.
또한, 전기차 등록비 면제, 번호판 발급 수수료 50% 감면,
12개월 할부 구매 시 대출 이자의 30% 지원 등
소비자의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다각적인 금융 혜택이 제공된다.
B2B 영역에서도 강력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전기차를 이용한 택시 및 배달 서비스 업체는 공용 주차장 이용료 면제와 함께
차량 전환 비용에 대한 직접적인 환급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전기이륜차 분류 체계와 법적 규제 분석
베트남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베트남 교통부(MOT)의
국가 기술 표준 규정(QCVN)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제품의 성능 수치에 따라 면허 필요 여부, 등록 의무, 연령 제한이 달라지며
이는 마케팅 전략과 제품 설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와 전기오토바이의 법적 구분
베트남 법규상 '전기자전거(Electric Bicycle)'와
'전기오토바이(Electric Motorcycle)'는 엄격히 구분된다.
전기자전거는 페달 보조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모터 출력이 250W 이하, 최고 속도가 25km/h 이하,
그리고 배터리를 포함한 중량이 40kg 미만이어야 한다.
이 범주에 속하는 차량은 운전면허가 필요 없으며 번호판 등록 의무도 면제되어
학생과 노인층을 위한 시장 진입이 매우 용이하다.
반면, 출력이 4kW 이하이고 속도가 50km/h 이하인 모델은
'전기 모페드(Moped)'로 분류되며,
번호판 등록은 필수적이지만 16세 이상이라면 면허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4kW를 초과하거나 50km/h 이상의 속도를 내는 고성능 모델은
'전기 모터사이클(Motorcycle)'로 분류되어
18세 이상의 연령 제한과 함께 A1 또는 A2 면허가 요구된다.
이러한 법적 체계는 제조사들에게 전략적인 제품 구성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빈패스트(VinFast)는 '에보200 라이트(Evo200 Lite)' 모델의
출력을 의도적으로 제한하여
고등학생들이 면허 없이 합법적으로 탈 수 있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주요 브랜드별 시장 점유율 및 경쟁 구도 분석
2025년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체 이륜차 판매량이 340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9% 성장한 가운데,
전기이륜차 부문이 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로컬 브랜드인 빈패스트가 기존 일본계 제조사들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의 지각 변동을 주도하고 있다.
빈패스트(VinFast): 압도적 1위로의 도약
빈패스트는 2025년 한 해 동안 총 406,453대의 전기 스쿠터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473%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이며,
빈패스트가 자동차(EV)와 이륜차 시장 모두에서 베트남 내 1위 브랜드로 등극했음을 의미한다.
빈패스트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애국 소비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전국 15만 개 이상의 충전 포트와
4,500개의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이라는 압도적인 인프라를 구축한 데 있다.
일본계 브랜드의 고전과 중국계의 추격
반면, 수십 년간 베트남 시장을 지배해온 혼다(Honda)와 야마하(Yamaha)는
전동화 지연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혼다는 2025년 1.3%의 미미한 성장에 그쳤고,
야마하는 판매량이 17.3%나 급감하며 2위 자리를 빈패스트에 내주었다.
혼다는 2025년 하반기에야 ICONe와 CUVe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이미 인프라와 제품 다양성 측면에서 빈패스트에 주도권을 넘겨준 상태다.
중국 최대의 전기이륜차 제조사인 야디(Yadea)는 61.6%의 성장을 기록하며 시장 4위에 올랐다.
야디는 베트남 박장성(Bac Giang)에 대규모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스마트 전기 모빌리티'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200개 이상의 전용 매장을 통해 중저가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디바오(Dibao, +75%), 페가(Pega, +60%) 등
로컬 및 중국계 브랜드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전기오토바이 구동 원리와 시스템 통합 기술
전기오토바이는 내연기관 오토바이와 달리 화학적 폭발 과정이 없으며,
전기 에너지를 자기장을 이용한 회전 에너지로 변환하는 매우 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스템의 효율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모터, 컨트롤러(MCU), 그리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유기적인 연동이다.
고성능 BLDC 모터와 벡터 제어 시스템
대부분의 현대적 전기오토바이는 BLDC(Brushless DC) 모터를 사용한다.
브러시가 없는 이 모터는 기계적 마찰이 적어 소음과 진동이 현저히 낮고,
동일 전력 대비 높은 토크를 발생시킨다.
특히 댓바이크(Dat Bike)와 같은 고성능 브랜드는 베트남의 험난한 지형과 경사로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ESC(Electronic Speed Controller)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저속에서도 강력한 등판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역할
BMS는 '배터리의 두뇌'로서 수백 개의 리튬 이온 셀을 보호하고 관리한다.
베트남은 고온 다습한 기후 특성상 배터리 셀 간의 온도 편차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특정 셀의 노후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된다.
스마트 BMS는 CAN(Controller Area Network)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셀의 전압과 온도를 모니터링하며,
셀 밸런싱(Cell Balancing) 기능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균일하게 유지한다.
또한, 침수 상황이 잦은 베트남 도로 환경에 대응하여 IP67 등급의 방수 성능을 제어하고
단락 발생 시 전원을 즉각 차단하는 안전 기능을 수행한다.
고출력 배터리 기술의 한계와 열역학적 과제
전기이륜차의 상용화에서 가장 큰 기술적 걸림돌은
고출력 방전 시 발생하는 열 발생과 그에 따른 성능 감소 현상이다.
이는 베트남의 뜨거운 기후 조건과 결합되어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학적 한계와 발열 메커니즘
전기오토바이가 급가속을 하거나 고속 주행을 할 때 배터리 팩에서는 높은 방전율(C-rate)이 요구된다.
이때 배터리 내부 저항(R)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Joule Heat)은 전류(I)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이 열에너지는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 분해를 촉진하고
음극 표면의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 층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터리 작동 온도가 최적 범위(20~40°C)를 벗어나 45°C에 도달하면
사이클 수명은 20°C 대비 약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
베트남의 여름철 노면 온도가 50°C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별도의 열관리 시스템 없는 배터리는 조기 퇴화의 위험이 매우 높다.
고출력 시의 성능 감소(Voltage Sag) 현상
높은 전류를 순간적으로 끌어쓸 때
배터리 전압이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전압 강하'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전기화학적 분극(Polarization) 현상 때문으로,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이동하는 속도가 전기적 요구량을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이로 인해 차량은 실제 배터리 잔량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보호를 위해 출력을 강제로 제한하게 되어사용자가 체감하는 가속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하이브리드 저장 시스템(HSS)과 슈퍼커패시터의 혁신성
기존 단일 배터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기술이
하이브리드 에너지 저장 시스템(HSS, Hybrid Storage System)이다.
이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와
출력 밀도가 압도적인 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를 결합한 시스템이다.
고출력 HSS의 물리적 강점
슈퍼커패시터는 화학 반응이 아닌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하므로,
배터리보다 약 100배 이상의 빠른 충방전이 가능하다.
HSS 시스템에서 슈퍼커패시터는
급가속 시 발생하는 피크 전류(Peak Current)를 담당하여 배터리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를 통해 배터리 팩 내부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전체 시스템의 수명을 최대 35% 이상 연장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되었다.
회생제동과 부스터 모드의 전략적 강점
HSS 시스템은 베트남 도심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환경에서 진정한 진가를 발휘한다.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 효율 극대화:
감속 시 발생하는 높은 전압의 에너지는
일반 배터리에 입력될 때 수용 한계를 넘어 열로 소실되기 쉽다.
그러나 슈퍼커패시터는 이 에너지를 즉시 흡수하여 저장하며,
이는 주행 거리 연장뿐만 아니라 기계적 브레이크의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부스터 모드(Booster Mode)의 안정적 구현:
순간적으로 출력을 200~300% 높여주는 부스터 모드는 추월이나 언덕 등판 시 필수적이다.
HSS 시스템에서는 슈퍼커패시터가 축적된 전하를 순간적으로 방출함으로써
배터리에 열 충격을 주지 않고도 폭발적인 가속력을 제공한다.
TCO(총 소유 비용) 절감:
초기 투자 비용은 HSS가 높을 수 있으나, 배터리 교체 주기를 2배 가까이 늘릴 수 있어
10년 운행 기준 전체 소유 비용은 수천 달러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베트남 시장의 진입 장벽 및 성공 전략 제언
베트남 전기이륜차 시장은 기회만큼이나 강력한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새로운 시장 참여자는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현지의 독특한 생태계를 이해해야 한다.
주요 진입 장벽: 인프라와 소비자 심리
가장 큰 장벽은 충전 인프라의 파편화다.
빈패스트가 독자적인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타 브랜드 사용자는 충전 스테이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베트남 소비자들은 여전히 전기 모델의 '중고차 가치'와
'침수 시 배터리 폭발 위험'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호치민시가 공유형 배터리 스테이션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브랜드 간의 기술적 호환성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성공을 위한 전략적 핵심 요인
현지 맞춤형 열관리 및 방수 설계:
베트남의 침수 도로와 40°C 이상의 고온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액체 냉각 시스템
또는 HSS 기반의 배터리 보호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B2B 생태계 선점:
개인 소비자보다는 주행 거리가 길고 유지비에 민감한 배달 앱(Grab, Baemin) 및
승차 공유 서비스(Xanh SM)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초기 물량을 확보하고 실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배터리 구독(Battery-as-a-Service) 모델:
배터리 가격을 차량 가격에서 제외하고 월 구독료 방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초기 구매 진입 장벽을 낮추고,
배터리 성능 저하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제조사가 책임지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차량 제어, 원격 진단, 도난 방지 기능을
기본 탑재하여 젊은 'MZ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해야 한다.
결론 및 향후 전망
베트남 전기이륜차 시장은 2026년 하노이의 내연기관 금지 조치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다.
빈패스트가 이미 거대한 장벽을 구축하고 있지만,
HSS 시스템과 슈퍼커패시터와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탑재한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이나,
인프라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가진 기업에게는 여전히 거대한 기회의 땅이다.
베트남의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기술적 완성도와 현지 정책의 정밀한 결합만이 이 역동적인 시장에서 생존을 보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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